조건은 다 맞았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조건은 다 맞았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2025. 6. 12. 12:16ㆍ카테고리 없음

“좋은 사람이었는데… 감정이 안 따라왔어요.”

30대 초반의 H님은 상담 첫날,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은 누굴 만나도, 마음이 안 움직여요.”

“조건은 다 괜찮거든요. 직업도, 말투도, 성격도 나쁘지 않아요.
근데 자꾸 만나기 귀찮아지고… 설레는 것도 없고.
연애가 피곤해졌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녀는 자신을 이상형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연애에 대한 욕심도, 기대도 분명 있죠.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고 했습니다.

“기준은 명확한데, 감정이 비어 있어요”

상담 중 H님은 “연애가 자꾸 고르는 일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사람 괜찮을까?”라는 계산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죠.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에요.

그녀는 조건과 감정을 따로 놓고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감정은 점점 더 자리를 잃고 있었습니다.

H님은 어릴 적 연애가 생각보다 순수했다고 말했어요.
‘좋으면 그냥 만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자꾸 머릿속에서 점수를 매기게 된다고 했어요.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피곤해져요.
나한테 맞을까? 오래 갈까?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먼저 하게 돼요.
마음이 자라기도 전에, 벌써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이 말에서 알 수 있었어요.
그녀는 연애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안전한 연애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H님은 이전 연애에서 큰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었어요.
정말 사랑했고, 많이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상대는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연애를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하고,
괜찮은 사람인지를 먼저 따지게 됐어요.
그런데 그렇게 만나면… 감정이 자라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을 지키고 싶었고,
그래서 감정보다 조건을 앞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연애의 본질인 ‘감정’이 자꾸 사라졌던 거예요.

상담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H님은 자주 이런 표현을 했어요.

“사람이 괜찮아도, 감정이 자라지 않으면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 같아요.
근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제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안 줬더라고요.”

그녀는 연애를 어려워했던 게 아니라,
감정을 회피하고 있었던 거예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
애초에 마음을 꺼낸 적이 없었던 거죠.

H님은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그 사람은 그녀가 세운 조건을 다 충족하지는 않지만,
함께 있을 때 웃을 일이 많고, 마음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은 연봉도 높지 않고, 키도 크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연락이 오면 반가워요.
같이 있으면, 내가 나답게 말하게 돼요.”

그녀는 이제 알게 되었어요.
연애는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피어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걸요.

혹시,
당신이 연애를 피곤하게 느꼈던 건
사람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감정을 꺼낼 타이밍을 잃었기 때문은 아니었나요?

감정은 체크리스트를 통과시킨다고
자동으로 피어나는 게 아니에요.

조건이 아니라, 감정이 먼저일 수 있어요.
사랑은 ‘판단’이 아니라, ‘흐름’일지도 몰라요.

이런 감정, 그냥 생각만 한다고 정리되지 않아요.
글만 읽고 ‘아, 맞다…’ 하고 넘기기엔 너무 오래 끌어온 감정이잖아요

“하루 10분, 감정 온도를 낮춰주는 나만의 티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