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상처받을까 봐요” —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잘 지내다 또 그렇게 사라지면… 나 또 무너질 텐데.”

한 상담실에서 마주 앉은 29세 여성 J씨는,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작년, 5년간 만나던 연인과 갑작스럽게 이별을 겪었다. 원인은 단순했지만 충격은 깊었다. 이유 없이 떠난 누군가의 빈자리는, 다음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지울 수 없는 ‘불안’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 불안은 놀랍도록 많은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 또 상처받을까 봐, 쉽게 마음을 못 연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을 다쳐본 경험이 있다. 특히 오래된 관계일수록 그 후유증은 깊게 남는다. ‘이번에도 떠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J씨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자꾸 마음을 걸어 잠갔다. 상대가 다가오면 밀어내고, 무심한 척했다.

 

→ 해결법: 모든 걸 믿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 그 사람이 나에게 건넨 말 한마디만 믿어보자. 신뢰는 ‘작게’ 쌓는 것이다.

 

 

2. 괜히 다칠까봐, 감정 표현을 꾹 참는다
30세 직장인 L씨는 연애 초반엔 늘 밝고 솔직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연애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가 되레 상처를 받았다. 그 이후부터는 기쁜 일도, 서운한 일도 꾹 참게 되었다. "말하면 더 멀어질까 봐, 차라리 그냥 넘겨요."

 

→ 해결법: 감정을 꼭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면 눈빛으로, 고마우면 작은 행동으로 표현해보자. 표현은 말이 전부는 아니다.

 

 

3. 진짜 날 좋아하는 건지, 자꾸 확인하고 싶어진다
M씨는 연인에게 끊임없이 “나 사랑해?”를 물어본다. 사소한 말투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문자의 답장이 늦으면 불안을 느낀다. 어릴 적 부모의 무관심과 과거 연애에서의 배신이, 그녀에게 ‘확신’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습관을 남겼다.
→ 해결법: 그 불안의 근원을 먼저 이해해보자. 상대를 시험하기 전에, 내가 왜 불안한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다. 사랑은 확인이 아니라, 경험이다.

 

 

4. 혹시 또 그런 사람일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누군가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설레야 하지만, N씨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 사람이랑 말투가 너무 비슷해서, 괜히 겁이 났어요.” 전 연인의 폭언과 통제가 오래 남은 탓에, 비슷한 분위기만 보여도 마음이 닫혔다.

 

→ 해결법: 지금의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다. 겁이 나면 잠시 거리를 두고 관찰해보자. 마음은 ‘천천히’ 열어도 된다.

 

 

5.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지? 어색하고 불안하다
마지막으로, ‘자격지심’이라는 이름의 감정도 있다. 연애에 자신이 없고, 자꾸 상대가 더 아깝게 느껴진다면, 이는 내면 깊은 곳에서 오는 자기 가치감의 문제일 수 있다.

 

→ 해결법: 나는 이미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왜?’ 대신 ‘그래, 고마워’라고 말해보자.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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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심리는 이상한 게 아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고, 그 사랑이 한때 아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에 머물러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 오히려 그 상처에서 나를 이해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진짜 회복이다.

 

상담실을 나가던 J씨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조금은… 누군가를 다시 믿어보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새로운 시작이 느껴졌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이미 변화를 시작한 거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아도, 새로운 이야기를 덧칠할 수 있다. 그러니, 다음 사랑은 조금 더 다정하게 시작해보자.